떡볶이
2006/08/23 15:34 | 정신
땀이 흐른다. 계속 흐른다.
무더위는 다 가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렇게까지 더울 줄 모르고 쓴 비니 속 머리에서도 연신 뜨거운 김이 나오는 듯 하다.
일자리를 잃어버린지 이제 딱 3달째다. 근근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역시 부족하다. 자취를 감추지 않는 염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바라본다. 5시 8분. 종로 반디앤루니스에서 나와 안국동 쪽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이 더위에도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냥 주욱 올라가려 했으나 갑자기 인사동을 보고 싶어 인사동쪽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발걸음을 꺾었다.
조금 들어가니 맥도날드가 보인다. 준비됐나요? 김장훈과 윤종신이 입을 쫙 벌리고 갈군다. 준비됐냐고? 준비는 됐어. 하지만 빅테이스티를 맛볼만한 돈이 내겐 없구나. 물론 네가 맛있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냐.
걷고 또 걷는다. 인사동 중간의 자그마한 사거리다. 이런 젠장. 사람들이 너무 많다. 파도다 파도. 개울물이 흐르듯 사람들이 흐르고 있다. 인간청계천이다. 이 자그마한 골목에 이 많은 사람들이라니. 거기다 도대체 이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행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기다란 차량의 행렬은 이 곳이 과연 관광명소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생각 좀 하란 말야 종로구 븅딱들아. 바다이야기나 해쳐먹으니까 이런데 신경을 못쓰지.
길거리엔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기웃기웃 두리번 거리고 있다. 저마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등에 'NEDERLAND'라고 쓰인 티를 입은 금발머리 청년, 떼로 몰려 다니는 일본 아가씨들, 돋보기 안경을 쓰고 지긋이 골동품점을 바라보는 남미분위기의 노인. 나는 성큼성큼 차도 쪽으로 가 안국동을 향해 걸어간다. 땀이 난다. 과일쥬스를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위이잉잉잉.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본다. 지갑에는 3천원이 들어있고, 집에서 동전을 긁어모아 2천원을 만들었다. 5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열넷. 50원짜리 하나, 십원짜리 다섯. 두둑하다. 5천원이다.
정말 더도 덜도 아니고 딱 5천원이 만들어졌다.
사람들과 차를 피해 어느 새 안국동 입구에 다다른다. 그림을 그리는 땡중이 자리를 펴고 앉아있고 밀짚모자를 쓴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그림을 뒤적이며 어줍잖다는 얼굴로 말을 걸고 있다.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땡중은 귀찮은 듯 자기 그림들을 챙긴다. 땡중인지 스님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야. 괴중 정도가 적당하겠다.
크라운 베이커리 앞쪽으로 가자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훌쩍 약간 높은 계단위로 올라 걸어갔다. 웃통을 제껴벗은 노숙자가 자고 있다. 노숙향이 풍긴다. 표정은 이미 달관할대로 달관한 표정. 노숙자들은 정말 각각 초연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개그맨 중에는 박휘순 정도가 만들 수 있는 그 표정들. 노숙자들의 얼굴들만 따로 촬영해 '달관'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어도 괜찮겠다 싶다.
신호등을 잠깐 기다려 길을 건넜다. 풍문여고 옆길로 들어선다. 떡볶이 포장마차가 하나 있다. 보글보글보글보글보그르를...... 걸음걸이에 따라 내 시선이 멀어짐과 같이 떡볶이 끓는 소리도 멀어진다. 아쉽다. 내 뱃속도 보글보글거리는데 말야.
골목 끝에 다다르니 새로 생긴 미술관도 보이고 이곳저곳 음식점들이 보인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이다. 가게 앞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긴 줄이 가게 밖 5m는 됨직하다. 이 뙤약볕에 말야. 오늘의 목적지는 먹쉬돈나.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성화가 너무도 좋아하는 해물떡볶이 2인분을 포장 주문했다. 깜짝 놀래켜 줘야지. 벙글벙글하하하 웃어댈 성화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3분정도 기다리니 아주머니가 포장한 떡볶이를 내민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동전들과 함께 5000원을 쥐어줬다. 왠지 미안한 마음에 '동전이 너무 많죠? 죄송해요.'라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제 다시 종로 3가까지 걸어가야 한다. 시계는 5시 23분을 가리키고 있다.
다시 풍문여고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먹쉬돈나 바로 옆의 제일분식은 오늘은 휴업인가 보다. 정말 감동받을 만큼 멋진 서울의 백반집. 인심은 시골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가득 담아주는 고봉밥에서 마음 가득 느껴지는 곳이다. 그런데 먹쉬돈나의 인기 때문인지 너무도 초라하다.
만약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면 가장 많이 이용했음직한 집이다.
길가에 새로 생긴 미술관이 하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온다. 줄줄 흐르는 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을 미술관 입구로 이끈다. 무슨 전시를 하나 알아보는 사람처럼 그 앞을 잠시 서성이다가 관심없다는 듯 몸을 돌려 나온다. 등 뒤로 계속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까 그 떡볶이 포장마차가 보인다. 가게 앞 의자와 테이블에는 스무살 남짓 되어보이는 청년 4명이 떡볶이를 먹고 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가가 의자 하나에 앉아 이쑤시게를 집어 그네들이 먹고 있는 떡볶이를 쿡 집는다. 그리고는 웃으며 입안에 집어넣는다 -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바로 옆에 지나가는 동안 3.5초 정도 해준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는 이 무서운 세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리라.
땀은 계속 흐른다. 이미 보라색 피케셔츠의 가슴 부분은 거대한 수박만한 땀그림이 그려져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이미 뒤쪽은 다 젖어버린 것 같다. 팬티도 축축하다. 괜히 두꺼운 청바지를 입었나 싶다. 이렇게 더울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
다시 인사동을 뚫는다. 뚫고, 뚫어가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저 끝까지 가득차 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도무지 뚫고 갈 자신이 없다. 약국 앞까지 와서 나는 발걸음을 낙원시장쪽의 골목으로 돌린다. 이 길 중간쯤 가면 고등학교 친구 상우네가 경영하는 화랑이 있다. '류화랑'. 이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 근 한달 전인가? 두달 전인가 성화와 그 앞을 지나가다 상우가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뭐랄까, 반갑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눴다. 어른이 안 계셔서 잠깐 가게를 보고 있었단다. 너무 재밌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중에 보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뭐 상우는 가끔 보긴한다. 그래봤자 1년에 한번 정도일까. 혹시나 오늘도 있을까 하는 마음에 안을 들여다 보지만 없다.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5호선 5번 출구가 있는 낙원상가 밑까지 도착했다. 한 번 먹어보리라 생각했던 1500원 국밥집이 바로 근처지만 뭐 돌아볼 생각도 안난다. 너무 덥다. 그저 계속 걷는다. 음식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을 지나 끝에 다다르면 마침내 동대문행 버스 정류장이 있는 YBM건물 앞이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 YBM앞에 도착하는 순간 전화가 온다. 분명 일 다 끝났다는 성화의 전화다. 시계는 5시 36분을 지나간다.
"어디야?"
"응. 종로 3가. 버스 기다리고 있어. 너무너무 덥다~."
"얼른 와. 설마 먹쉬돈나 사오는 건 아니지?"
"응? 으하하하. 으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내가 떡볶이 사올거라고 말했었던가? 기억이 안난다.
"안 샀으면 집앞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 사와. 먹고싶다."
"응응... 음... 부루스타나 준비해 둬!"
"크큭. 알았어. 얼른 와-."
뭐랄까. 살짝 기운이 빠진다. 서프라이즈!!! 라고 소리치며 놀래켜 주고 싶었던 나의 마음은 근질거리는 입을 이기지 못해 김이 빠져버린다. 부루스타라니. 그냥 떡볶이 사간다고 할껄.
뭐, 이걸 가져간다고 해도 그닥 놀라진 않았을라나 싶다.
버스는 빨리 탔으나 속도가 안 난다. 종로 쪽에서 무슨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신설동에서 종로2가까지 평소 15분 정도면 왔을 거리를 40분은 걸려 왔던 생각이 난다. 기어가다시피 하는 버스에서 내려 성화네 집 앞에 도착했다. 시계를 바라본다. 정확하게 6시 5분이다.
ps. 떡볶이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당면을 한 주먹 쥐어 넣고, 거진 다 먹은 후 햇반을 사와 김을 썰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 먹었다. 응캬 맛나단 말이다 정말로...!
무더위는 다 가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렇게까지 더울 줄 모르고 쓴 비니 속 머리에서도 연신 뜨거운 김이 나오는 듯 하다.
일자리를 잃어버린지 이제 딱 3달째다. 근근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역시 부족하다. 자취를 감추지 않는 염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바라본다. 5시 8분. 종로 반디앤루니스에서 나와 안국동 쪽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이 더위에도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냥 주욱 올라가려 했으나 갑자기 인사동을 보고 싶어 인사동쪽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발걸음을 꺾었다.
조금 들어가니 맥도날드가 보인다. 준비됐나요? 김장훈과 윤종신이 입을 쫙 벌리고 갈군다. 준비됐냐고? 준비는 됐어. 하지만 빅테이스티를 맛볼만한 돈이 내겐 없구나. 물론 네가 맛있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아냐.
걷고 또 걷는다. 인사동 중간의 자그마한 사거리다. 이런 젠장. 사람들이 너무 많다. 파도다 파도. 개울물이 흐르듯 사람들이 흐르고 있다. 인간청계천이다. 이 자그마한 골목에 이 많은 사람들이라니. 거기다 도대체 이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행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기다란 차량의 행렬은 이 곳이 과연 관광명소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생각 좀 하란 말야 종로구 븅딱들아. 바다이야기나 해쳐먹으니까 이런데 신경을 못쓰지.
길거리엔 일본인과 외국인들이 기웃기웃 두리번 거리고 있다. 저마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등에 'NEDERLAND'라고 쓰인 티를 입은 금발머리 청년, 떼로 몰려 다니는 일본 아가씨들, 돋보기 안경을 쓰고 지긋이 골동품점을 바라보는 남미분위기의 노인. 나는 성큼성큼 차도 쪽으로 가 안국동을 향해 걸어간다. 땀이 난다. 과일쥬스를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위이잉잉잉.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본다. 지갑에는 3천원이 들어있고, 집에서 동전을 긁어모아 2천원을 만들었다. 5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열넷. 50원짜리 하나, 십원짜리 다섯. 두둑하다. 5천원이다.
정말 더도 덜도 아니고 딱 5천원이 만들어졌다.
사람들과 차를 피해 어느 새 안국동 입구에 다다른다. 그림을 그리는 땡중이 자리를 펴고 앉아있고 밀짚모자를 쓴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그림을 뒤적이며 어줍잖다는 얼굴로 말을 걸고 있다.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땡중은 귀찮은 듯 자기 그림들을 챙긴다. 땡중인지 스님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야. 괴중 정도가 적당하겠다.
크라운 베이커리 앞쪽으로 가자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훌쩍 약간 높은 계단위로 올라 걸어갔다. 웃통을 제껴벗은 노숙자가 자고 있다. 노숙향이 풍긴다. 표정은 이미 달관할대로 달관한 표정. 노숙자들은 정말 각각 초연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개그맨 중에는 박휘순 정도가 만들 수 있는 그 표정들. 노숙자들의 얼굴들만 따로 촬영해 '달관'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어도 괜찮겠다 싶다.
신호등을 잠깐 기다려 길을 건넜다. 풍문여고 옆길로 들어선다. 떡볶이 포장마차가 하나 있다. 보글보글보글보글보그르를...... 걸음걸이에 따라 내 시선이 멀어짐과 같이 떡볶이 끓는 소리도 멀어진다. 아쉽다. 내 뱃속도 보글보글거리는데 말야.
골목 끝에 다다르니 새로 생긴 미술관도 보이고 이곳저곳 음식점들이 보인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이다. 가게 앞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긴 줄이 가게 밖 5m는 됨직하다. 이 뙤약볕에 말야. 오늘의 목적지는 먹쉬돈나.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성화가 너무도 좋아하는 해물떡볶이 2인분을 포장 주문했다. 깜짝 놀래켜 줘야지. 벙글벙글하하하 웃어댈 성화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3분정도 기다리니 아주머니가 포장한 떡볶이를 내민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동전들과 함께 5000원을 쥐어줬다. 왠지 미안한 마음에 '동전이 너무 많죠? 죄송해요.'라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이제 다시 종로 3가까지 걸어가야 한다. 시계는 5시 23분을 가리키고 있다.
다시 풍문여고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먹쉬돈나 바로 옆의 제일분식은 오늘은 휴업인가 보다. 정말 감동받을 만큼 멋진 서울의 백반집. 인심은 시골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가득 담아주는 고봉밥에서 마음 가득 느껴지는 곳이다. 그런데 먹쉬돈나의 인기 때문인지 너무도 초라하다.
만약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면 가장 많이 이용했음직한 집이다.
길가에 새로 생긴 미술관이 하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온다. 줄줄 흐르는 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을 미술관 입구로 이끈다. 무슨 전시를 하나 알아보는 사람처럼 그 앞을 잠시 서성이다가 관심없다는 듯 몸을 돌려 나온다. 등 뒤로 계속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까 그 떡볶이 포장마차가 보인다. 가게 앞 의자와 테이블에는 스무살 남짓 되어보이는 청년 4명이 떡볶이를 먹고 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가가 의자 하나에 앉아 이쑤시게를 집어 그네들이 먹고 있는 떡볶이를 쿡 집는다. 그리고는 웃으며 입안에 집어넣는다 -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바로 옆에 지나가는 동안 3.5초 정도 해준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는 이 무서운 세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리라.
땀은 계속 흐른다. 이미 보라색 피케셔츠의 가슴 부분은 거대한 수박만한 땀그림이 그려져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이미 뒤쪽은 다 젖어버린 것 같다. 팬티도 축축하다. 괜히 두꺼운 청바지를 입었나 싶다. 이렇게 더울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
다시 인사동을 뚫는다. 뚫고, 뚫어가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저 끝까지 가득차 있는 사람들의 행렬을 도무지 뚫고 갈 자신이 없다. 약국 앞까지 와서 나는 발걸음을 낙원시장쪽의 골목으로 돌린다. 이 길 중간쯤 가면 고등학교 친구 상우네가 경영하는 화랑이 있다. '류화랑'. 이 사실은 전혀 몰랐는데 근 한달 전인가? 두달 전인가 성화와 그 앞을 지나가다 상우가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뭐랄까, 반갑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눴다. 어른이 안 계셔서 잠깐 가게를 보고 있었단다. 너무 재밌어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중에 보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뭐 상우는 가끔 보긴한다. 그래봤자 1년에 한번 정도일까. 혹시나 오늘도 있을까 하는 마음에 안을 들여다 보지만 없다.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5호선 5번 출구가 있는 낙원상가 밑까지 도착했다. 한 번 먹어보리라 생각했던 1500원 국밥집이 바로 근처지만 뭐 돌아볼 생각도 안난다. 너무 덥다. 그저 계속 걷는다. 음식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을 지나 끝에 다다르면 마침내 동대문행 버스 정류장이 있는 YBM건물 앞이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 YBM앞에 도착하는 순간 전화가 온다. 분명 일 다 끝났다는 성화의 전화다. 시계는 5시 36분을 지나간다.
"어디야?"
"응. 종로 3가. 버스 기다리고 있어. 너무너무 덥다~."
"얼른 와. 설마 먹쉬돈나 사오는 건 아니지?"
"응? 으하하하. 으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내가 떡볶이 사올거라고 말했었던가? 기억이 안난다.
"안 샀으면 집앞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 사와. 먹고싶다."
"응응... 음... 부루스타나 준비해 둬!"
"크큭. 알았어. 얼른 와-."
뭐랄까. 살짝 기운이 빠진다. 서프라이즈!!! 라고 소리치며 놀래켜 주고 싶었던 나의 마음은 근질거리는 입을 이기지 못해 김이 빠져버린다. 부루스타라니. 그냥 떡볶이 사간다고 할껄.
뭐, 이걸 가져간다고 해도 그닥 놀라진 않았을라나 싶다.
버스는 빨리 탔으나 속도가 안 난다. 종로 쪽에서 무슨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신설동에서 종로2가까지 평소 15분 정도면 왔을 거리를 40분은 걸려 왔던 생각이 난다. 기어가다시피 하는 버스에서 내려 성화네 집 앞에 도착했다. 시계를 바라본다. 정확하게 6시 5분이다.
ps. 떡볶이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당면을 한 주먹 쥐어 넣고, 거진 다 먹은 후 햇반을 사와 김을 썰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 먹었다. 응캬 맛나단 말이다 정말로...!











